소비 2.0시대 고객이 영업사원…‘입소문’을 퍼뜨려라
웹2.0시대 최고 영업사원은 제품 사용후 글 올리는 ‘소비자’
꿈과 감성있는 이야기 만들어 입소문으로 홍보 극대화해야
애플, 아이팟·아이튠즈 연결했듯 온·오프라인을 연계시켜야 성공
백창석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 연구원
-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이처럼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인터넷 환경을 웹2.0이라고 한다. 웹2.0은 쉽게 말하면 고객들의 참여가 있는 일종의 생태계다. 사업자는 열린 공간만을 제공할 뿐이다. 고객들은 열린 공간에서 자기 의견을 글이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올리고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한다. 다시 말해 사업자는 고객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더 쉽고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역할만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의 생활화가 진전되면서 웹2.0은 글로벌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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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들의 꿈과 감성을 심어주는 이야기를 개발해야
웹2.0시대로의 변화는 기업들에 큰 시사점을 준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히트상품을 만드는 동력(動力)이 기업의 마케팅 능력에서 고객들의 활동량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의 참여가 중요해지는 소비환경을 소비2.0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소비2.0시대에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소비2.0 시대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이야기(story)’를 만드는 것이다. 코펜하겐 미래학 연구 소장인 롤프 옌센(Rolf Jensen)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꿈과 감성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이야기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웹2.0 시대에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는 입 소문을 통해서 빠르게 확산된다. 따라서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려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소비2.0시대에서는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마케터의 능력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야기를 통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짓궂은 질문에도 재치있게 답변해서 유명해진 해충 방제 전문기업 세스코(Cesco)가 좋은 사례다. 어떤 고객이 인터넷 상에 “바퀴벌레를 먹는 것이 문제는 없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대부분의 회사는 이를 장난 글로 보고 아예 답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스코의 공식 답변은 이랬다. “고단백이지만 세균이 많아 사전처리를 잘 하고 드셔야 합니다.” 세스코의 답글 이야기는 네티즌 사이에서 대히트를 쳤다. 수많은 사이트에 세스코 유머라는 콘텐트로 소개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세스코에 대해 유쾌하고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일본 소니(Sony)도 비슷한 경우다. 소니는 1만2000엔이나 하는 고급 이어폰을 출시하면서 마니아를 통해 마니아를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예상 밖의 매출을 끌어냈다. 소니는 마니아들이 추앙하는 어느 전문가에게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달라고 의뢰했다. 전문가가 기술한 소니 제품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게 되었다. 이를 본 마니아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품절사태가 속출할 정도로 소니 제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어렵게 구입한 고객들은 다시 자신의 블로그에 제품에 대한 호평을 올려놓아 홍보의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 온-오프라인의 연계
두 번째 전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것이다. IT업계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애플(Apple)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제품과 웹사이트를 연결시켰다는데 있다. 아이팟(iPod)이 대히트를 하게 된 이면에는 ‘아이튠즈’(iTunes)라는 사이트의 역할이 매우 컸다. 아이튠즈는 애플이 합법적으로 음악을 제공해주는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다. 아이튠즈는 미국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야만 가장 좋은 음질로 아이팟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튠즈의 음악파일을 듣기 위해 사람들은 아이팟을 사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서비스의 성공을 오프라인 제품과 연계시켜 서로가 서로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출판업계도 이와 비슷하다. 요즘 출판사들은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블로그의 콘텐트를 책으로 엮어내는 일이 많다. 이런 책을 블룩(blook·blog와 book의 합성어)이라고 부른다. 일정 수준의 콘텐트가 확보되어 있는데다 네티즌 독자의 판단을 이미 거쳤다는 점에서 블룩은 출판사에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국내에서 출간된 블룩 가운데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김용환),‘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박경철) 등은 수십만 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히트상품을 발굴하는 사이트로 유명한 이토이 신문사이트에서는 독자가 개발한 제품 또는 기발한 기고문 등을 출판해 히트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 고객으로부터 신제품 아이디어 발굴
세 번째 전략은 제품 개발에 고객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인터넷을 활용하여 고객 즉, 광대한 외부 지식을 동원하면 회사 하나가 이룰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P&G는 연결·개발(connect & development)이라는 연구개발 전략을 펼치고 있다. 150만 명의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신제품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다. 현재 P&G가 시장에 출시한 신제품 중 35%는 외부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P&G는 이 전략을 통해 비용은 줄이는 동시에 R&D 생산성을 60%가량 증가시켰고, 주가도 두 배로 높아졌다.
캐나다의 금광회사 골드코프(Goldcorp)도 마찬가지다. 골드코프는 총 6700만 평에 달하는 광산 정보를 웹사이트에 공개한 후 총 57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금 매장지 발굴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그 결과 전문 지질학자는 물론 컨설턴트, 수학자, 군대 장교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총 110곳의 후보지를 찾아냈다. 놀랍게도 이 새로운 후보지의 80% 이상에서 상당량의 금이 나왔다. 1억 달러의 저조한 실적을 내던 골드코프는 매출 90억 달러의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네 번째 전략은 제품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보통 일부 고객들만 찾는 이른바 마니아용 제품은 매장에 잘 진열되지 않는다. 매출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인일색(十人一色)이던 고객의 개성이 일인십색(一人十色)으로 변한다는 소비2.0시대에는 마니아용 제품이라도 다양하게 구비할 때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국내의 펀숍(fun-shop)이라는 인터넷쇼핑몰은 디자인이 독특한 마니아용 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쇼핑몰에는 별의별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다양하고 독특한 상품 구색은 인터넷 상에서 입소문으로 퍼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했고 일반 쇼핑몰보다 높은 매출 신장을 거두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들어맞는 세상이 바로 소비2.0시대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각종 기관의 히트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超)히트상품 수는 줄어든 반면, 평소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제품이 많아졌다. 고객들이 물건을 사는 경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보의 주도권이 고객에게 있는 소비2.0시대에 기업은 고객들과 보다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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