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Madein 2007. 8. 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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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 의 주인공 제이슨 베어가 내한했다.

첫 한국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한 어조로 이무기 전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동양 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의를 읽을 수 있었다.


허남웅 기자 한국에는 당신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로스웰> 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제이슨 베어

정말인가? 금시초문이다.

정말 기분이 좋다. 대단한 인연이다. 당신도 팬인가?


허남웅 기자 <로스웰> 은 보지 못했지만 <디 워> 는 봤다. 영화는 봤나?


제이슨 베어

심형래 감독의 LA 사무실에서 TV로 봤지만 스크린으로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인터뷰가 끝나는 대로 극장에서 볼 예정이다.

스케일도 크고 사운드도 엄청나

청룡열차 타듯이 극장에서 봐야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남웅 기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제이슨 베어

스크립트를 먼저 받았다.

한국의 전설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라 굉장히 새로운 내용으로 다가왔다.

창의력도 풍부하고 판타지적인 요소도 강해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 후에 프리비주얼을 봤다.

스크립트를 대략적으로 감안하고 보더라도 잠재력이 크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


허남웅 기자

한국의 이무기 전설이 모티브다.

미국 사람으로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제이슨 베어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극중에서 내가 맡은 이든 역시도

어린 시절 이무기 전설을 들은 기억은 있지만 완전히 이해를 못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한국의 전설이나 신화에 대해 모르고 작업에 임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오히려 촬영에 들어가 이무기 전설에 대해 들었던 어린 시절 에피소드와

성장해서 이를 새로이 발견하고 깨달아가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연기가 쉽지 않았다.


허남웅 기자

<디 워> 의 내용의 핵심은 '환생' 과 관련이 있다.

500년 전 한국인이 미국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개념이 잘 이해되던가?


제이슨 베어

환생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재미있는 요소로 받아들였다.

사실 영화라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관객에게 경험하도록 하는 건데

설득력 있는 연출이 받쳐준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래서 <디 워> 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사람이 보든 잘 받아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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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 기자

아시아 문화에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그루지> 의 주인공 ‘더그’ 를 연기하지 않았나?


제이슨 베어

아시아와 관련해서는 어릴 적부터 매력을 느껴왔고 본능적으로 동양 문화에 끌려왔다.

어쩌면 내가 전생에 아시아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한다. (웃음)

하지만 <디 워> 와 <그루지> 모두 작품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독창적인 작품이란 점도 작용했다.


허남웅 기자

이무기는 어떻던가?

할리우드 괴수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면이 느껴지던가?


제이슨 베어

물론 할리우드영화에도 뱀이 등장하는 영화가 있다.

하지만 이무기처럼 규모도 크고 환상적인 괴수는 본 적이 없다.

내 생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명체인 것처럼 미국 관객 역시 그렇게 받아들일 것 같다.


허남웅 기자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는 할리우드영화와 유사하다는 반응도 있다.

한국적인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나?


제이슨 베어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의 500년 전 병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미국 관객에게는 새롭게 다가올 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라

개인적으로도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국적인 요소와 할리우드적인 요소가 잘 배합돼 있어 <디 워> 라는 영화를 통해 미국 관객은

한국 문화와 전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한다.


허남웅 기자

평생에 맡고 싶은 역할이 슈퍼맨이라고 들었다.

이든 역시도 일종의 슈퍼히어로다.

절반의 꿈을 이룬 기분이 어떤가?


제이슨 베어

내게 슈퍼히어로는 슈퍼맨이 아니라 할아버지다.

그래서 꿈꾸는 역할은 할아버지다. (웃음)

사실 이든이라는 역할은 배우로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든은 어린 시절 한국의 이무기 전설에 대해 생전 처음 듣게 되고

이것이 운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이게 실제 이야긴가?’, ‘정말로 믿어야 하는 건가?’ 하는 내면적인 갈등을 겪게 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을 믿는 것, 또는 자신에 대한 신념의 은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에도 영웅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런 요소를 관객들이 간파할 수 있게끔 연기를 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그런 점에서 <디 워> 는 슈퍼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자신이 원해서 되는 영웅이 아니라는 점에서 독특한 지점이 있다.

결국 본인 스스로가 그런 힘을 자각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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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 기자

하지만 스크린상에 보이는 이든의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심형래 감독과는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나?


제이슨 베어

캐릭터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대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과 방향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든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접근했던 부분은,

전생에서 겪었던 무시무시한 경험을 성장해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야 하는가였다.

이든이 어린 시절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식은 가지고 있지만 완전히 이해한 상황은 아닐 거라고 분석했다.

점차 상황이 진행되면서 이런 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데

그 시점과 드러내는 방법을 위해 심 감독과 오랜 시간 의논했다.


허남웅 기자

한국에서 심형래 감독은 독특한 지점에 위치한 연출자다.

코미디언으로 이름을 날린 후 감독이 된 경우인데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제이슨 베어

언어 장벽이 있긴 했지만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했고

연기 지도도 말로 설명하기 힘들면 동작으로 설명하는 등 활동적인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질문에서도 밝혔듯이 심 감독은 정말 코미디언 기질이 뛰어나

연기 지도를 하면서도 종종 코미디를 구사했다.

재미있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든이라는 캐릭터가 우습게 보이면 어떡할까 잠시 고민도 됐다.

그래서 코미디는 코미디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해서 내 것으로 소화하는 식으로 연기를 했다.

에피소드는 딱히 기억나는 게 없지만 액션을 ‘액쑝’ 이라고 강렬하게 발음해서

바로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웃음)


허남웅 기자 촬영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제이슨 베어

심형래 감독은 열정이 넘치고 남을 웃기는 재주도 뛰어나 겉으로는 여유 있게 보였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본인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고

주변사람들에게 기대하는 바도 큰 것 같았다.

나는 감독의 그런 점을 높이 산다.

한번은 LA에서 도심 전투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었다.

호프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탱크가 몰려오는 장면이었는데

LA 시 당국에서 처음에는 촬영을 불허했다.

그런데 심 감독 자체가 ‘노’ 라고 절대 말을 안 하는 스타일이라

촬영은 곧 ‘오케이’ 될 거라고 자신했다.

그렇긴 해도 우리 입장에서는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될까 궁금했는데 촬영 당일에 보니까

세 군데 블록을 막아놓고 탱크도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를 마련해 놓았더라.

그것이 할리우드와는 다른 작업방식이었는데

처음 접해보는 거라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해내는 그의 성격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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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 기자 가상의 이무기를 상대로 연기를 해야 했는데 그런 경험도 처음이지 않았나?


제이슨 베어

맞다. 처음이라 그 부분이 사실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상상하는 장면과 감독이 상상하는 장면이 일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며 호흡을 맞췄다.

의견 일치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한국어와 영어가 난무하는 상황이라 묘사를 딱 떨어지게 맞추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는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다.

감독을 믿고 비주얼팀을 믿고 그들의 지시에 따라 연기를 했다.

대신 그 상황에 맞는 감정과 의도가 잘 드러나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허남웅 기자 <디 워> 의 연기는 오래전에 마쳤는데 그 후 준비한 작품이 있나?


제이슨 베어

최근 뉴욕에서 <프로스트 Frost> 라는 영화의 촬영을 마쳤다.

<프로스트> 는 캐릭터 중심의 독립영화다.

30대 남성이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내용인데

이 남자가 존재론적인 위기에 닥쳐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간다.

그런 점에서 <프로스트> 는 <디 워> 와 닮았다.

<디 워> 는 내게 있어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과 마찬가지였으니까.


[필름2.0 / 글 : 허남웅 기자 / 사진 :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