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Madein 2007. 9. 11. 21:19

'이런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축구를 해야 하나. 속이 상했다."

2군 경기 도중 관중석으로 달려갔다가 퇴장당한 안정환(수원)이 퇴장 사건과 관련해 속마음을 털어놨다.

안정환은 화요일(11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축구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경우여서 몹시 곤혹스러웠다"고 사건 당시를 회상한 뒤 "너무 속상해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안정환은 "나의 행동에 대해 후회스럽고 나중에 많은 반성을 했으며 어떻게든 심려를 끼쳐드려 축구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현재 심정은 어떤가.

 ▶(관중석에)올라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슨 소리를 들었어도 선수로서 참았어야 했다. 너무 후회스럽고 죄송할 뿐이다.


 -관중석으로 달려가기까지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나.

 ▶경기 초반부터 야유가 심한 편이었다. 2군 원정경기는 물론 관중석과 그라운드가 가까운 경기장 환경은 처음이라 잘 들렸고, 곤혹스러웠다. 몇 차례 야유에 그칠 줄 알았는데 경기가 진행될 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 감정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에게도 야유가 번지는 것 같아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 관중석으로 향했다.


 -순간적으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것인가.

 ▶(관중석에)올라가기까지 마음 속으로 몇 번을 참았다. 그러나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참지 못할 정도였나.

 ▶몸풀러 나올 때부터 '너는 얼굴만 잘나면 다냐?'라고 시작된 야유는 어지럽게 계속됐고, 심지어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고 조롱받았다. 결국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 거론한 욕을 들었을 땐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축구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한국축구에 뭘 잘못했길래 나에게 이러는가'라는 생각에 속이 상했고 충격도 받았다.


 -이번같은 경험이 처음인가.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유럽을 두루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정규리그 경기장은 관중석과 거리가 있어서 안들렸는지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심한 욕을 한꺼번에 듣기는 처음이었다.


 -관중석 항의 과정에서 욕을 했다는 주장이 있다.

 ▶무슨 소리인가. 아무리 흥분했어도 그 정도는 컨트롤할 수 있는 연륜이다. 마찰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고 자제를 요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왜 선수에게 그렇게 욕을 하느냐고 했고, 이어 당신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한국 축구가 발전 못하는 거 아니냐고 두 마디를 했다.


 -개인 신상에 관련한 야유도 있었다는데. 무슨 내용인지 말해줄 수 있나.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입에 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아내 이혜원씨는 뭐라 하던가.

 ▶경기가 끝난 뒤 집에 가서 대강을 얘기해 줬는데 나보다 더 속상해 하더라. 밤새 잠도 제대로 못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때마침 차범근 감독이 경기장에 있었다던데.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차 오셨다. 감독님 앞에서 골도 넣고 내심 기분도 좋았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삼재가 낀 것 같다. 감독님은 선수로서 이런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하셨다.


 -사실 상대 팀 관중의 야유는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축구를 못한다고 야유하는 것은 언제든지 받아들인다. 그래야 팬들도 관전하는 재미가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하지만 축구 외적인 부분까지 언급하는 것은 너무 한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즐기고 응원하러 오시는 분들 아닌가. 학생들 틈에서 30대 어른들도 욕하는 걸 봤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점을 반성하고 배웠다. 바람이 있다면 아무리 2군 경기라도 응원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군 선수들은 그러잖아도 힘든 선수들이다.

< 수원= 스포츠 조선 최만식 기자 scblog.chosun.com/cms6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