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Madein 2008. 1. 6. 15:31


한국인을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인 '매운맛'. 이젠 세계에서도 우리의 매운맛이 각광받고 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갖가지 말도 난무하고 있다. 매운맛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진실 혹은 거짓' 방식으로 풀어봤다.

▶매운맛은 혀에서 느끼지 못한다=진실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등 네가지다. 매운맛은 신경조직 일부인 통각(痛覺·통증을 느끼는 감각)점의 자극을 통해서만 느껴진다.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혀가 얼얼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음식을 맵게 먹으면 위를 헐게 한다=거짓

속설과 달리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위벽을 보호하고, 암 억제 효과가 있다고 과학적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또 호흡기 계통의 감염에 대한 저항 및 면역력을 높이고, 소화작용을 활발하게 하며 우울함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갈수록 매운맛을 선호한다=진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하루 먹는 고추 섭취량은 1988년 5.2g에서 2005년에는 7.2g으로 늘어났다. 1인당 1년 고추 소비량은 4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불황이나 사회적 위기 때 맵고 자극적인 맛이 유행한다=진실

우울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섭취한 매운맛은 엔도르핀(진통효과를 내는 체내 물질)을 분비시켜 '즐거운 통증'을 느낄 수 있다. IMF사태 이후 자극적인 음식이 늘었다는 사실을 들어 뭔가 답답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은 매운맛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조상들은 옛날부터 매운맛을 좋아했다=거짓

임진왜란(1592년) 이후 왜겨자란 이름으로 고추가 들어와 대중에 퍼지긴 했지만, 고추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18세기 이전에는 매운맛을 살짝 내는 정도였지 즐기지는 않았다. 1670년쯤 쓰인 최초의 한글요리책 '음식디미방'에는 고추가 들어가는 음식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매운맛은 중독성을 갖고 있다=진실

통각에 속하는 매운맛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질감 때문에 점점 중독성을 갖는다. 고추 중독은 니코틴 중독과 원리가 흡사하다. 롤러코스터처럼 통증을 느끼되 실제로 몸에 상처는 입지 않는 데서 오는 심리적 쾌감, 몸이 상처를 입었다고 판단한 뇌가 분비하는 엔도르핀에 의해 더 매운 고추를 집어 들게 된다.


이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