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Madein 2007. 8. 12. 04:13

‘직립보행’ 장애견, 신념이를 아시나요?

 

▲ 동영상 뉴스 사이트 DarynKagan.com에 소개된 '페이스' 이야기 방영분


국내 동영상 UCC 사이트들에 올라온 ‘앞다리 없는 장애견과 주인 이야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네티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며 화제가 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감동의 영상을 퍼다나르면서 포털 사이트들과 커뮤니티 사이트들에까지 널리 퍼졌다.

 

 
이 화제의 동영상은 두 앞다리가 없는 장애견이 사람처럼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는 모습과 이 개의 보호자로 보이는 한 여성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이 영상은 미국의 동영상 뉴스 사이트 DarynKagan.com에 소개된 것이다.
 
도깨비뉴스는 좀 더 자세한 사연을 알아보기 위해 ‘두 다리의 개(two-legged dog)’라는 검색어로 추적하여 이 개의 보호자인 주드 스트링펠로우씨(Jude Stringfellow)와의 이메일 인터뷰에 성공하였다.
 
위 영상속 개의 이름은 ‘페이스 스트링펠로우(Faith Stringfellow)’. ‘신념’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에 이 강아지를 보호하는 가족의 성(姓)을 붙여 만들어진 이름이다. 페이스는 이미 미국에서는 2003년 6월 부터 BBC, CNN, 오프라 윈프리쇼등 약 50여개의 언론매체에서 다뤄질 정도로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다.
 
▲ 눈 위에서 두 발로 서 있는 앳된 페이스 모습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페이스의 이야기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1월31일 주드씨의 아들인 루벤(당시 나이 17세)이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한 어미 개와 생후 3주된 새끼 강아지들을 보게 됐다. 그 새끼 강아지들은 선천성 결손증을 비롯한 여러 기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루벤은 "그 당시 어미 개가 새끼들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을 알고 본능적으로 강아지들을 압사()시키려 했었다"고 말했다. 루벤이 어미 개 밑에 깔려 있던 한 새끼 강아지를 구조하여 옷에 감싸서 집으로 데려오게 된 것이 바로 화제의 개 ‘페이스’와 주드씨 가족간의 첫 만남이었다.
 
기형으로 시작된 삶, 그리고 또 다른 절단
처음 주드씨의 집으로 왔을 때만 해도 페이스는 세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왼쪽 앞다리가 심한 기형으로 거의 사용하지 못해 점차 근육이 퇴화되어 가고 있는 상태였다. 결국 생후 7개월이 되던 즈음 절단 수술을 받아 지금의 두 다리만 남은 모습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장애를 이겨내고 지금은 다른 개들보다 더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함께 태어났던 다른 형제 강아지들은 저 세상으로 떠난 가운데 살아난 페이스는 희망의 증거다.
 
▲ 2004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천사복장을 한 페이스.
 
캥거루야? 강아지야?
처음부터 페이스가 동영상 속의 모습처럼 두 발로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걷는 법을 배우기 이전에는 오직 누워서 꿈틀거리며 기어다닐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디씨가 페이스에게 걷는 법을 가르쳐 봐야 겠다고 결심한 후 녀석의 몸을 일으켜 세워 조금씩 움직이게 해주었다고 한다.
 
두 다리에 의지하여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페이스. 몸을 스스로 움직이는 순간 환해지던 녀석의 표정을 보고 주디씨는 '아! 이 녀석. 걷고 싶었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훈련으로 지금은 다른 개들과 견주어 전혀 뒤지지 않는 속도로 걷는다. 네티즌들은 페이스의 통통 뛰며 걷는 모습이 마치 ‘캥거루’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유튜브(www.youtube.com)에 올려진 페이스의 ‘직립보행’ 영상에 대한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다. 2006년 4월에 등록된 이 영상은 17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2500여건의 댓글이 달렸다. 미국 네티즌들은 "너무 대단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개다", "두 다리가 없지만 너무 귀엽다" 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페이스가 이렇게 걷기까지 가족들이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을 시킨 것이냐", "보기 안쓰럽다"등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도 올라왔다.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은 "강아지가 너무 불쌍하다"는 동정론과 "장애를 극복한 강아지도 대단하지만 저 강아지를 돌본 가족도 너무 대단하다"는 반응으로 격려하고 응원했다.
 
현재 페이스는 공식 홈페이지(http://www.faiththedog.net)까지 가지고 있으며, 한때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출연 제의까지 들어올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래는 페이스의 보호자인 주드씨와의 이메일을 통한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 페이스가 미국에서 굉장히 널리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된 건 언제인가?
페이스는 2003년 6월 21일 오클라호마시의 NBC-TV를 통해서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기자 린다 카바노프(Linda Cavanaugh)씨가 페이스의 훈련과 사랑을 통해서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된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고, 우리는 그녀가 AP통신(Associated Press)을 통해서 우리 개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는데 동의했다. 그렇게 언론에 처음 알려진 후 2주 후에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Ripley's Believe it or Not)’ 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 한 외신 기사를 통해 페이스가 영화‘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있다.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
출연 제의를 받았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해리 포터 제작팀의 동물 훈련사가 페이스를 출연시키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미국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이 잘 성사되지 않아서 슬프기도 했지만 우리거절 당한 이유가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그들은 해리 포터 영화의 출연진이 모두 영국 출신이기를 원했다. 그 때 일이 잘 성사되었더라면 페이스는 ‘해리포터와 불의 잔 ’편에 출연했었을 것이다. 극중 ‘케드릭 디고리’가 요술 지팡이를 떨어 뜨리면서 마법 주문이 잘못 사용되어 희한한 동물이 만들어지는 것이 페이스의 출연분이었다.
 
- 페이스의 바쁜 일정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따로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마이크 맥과이어(Mike Maguire)라는 전문적으로 스케줄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있다. 그는 128명의 프로 운동선수들의 일을 돌볼 정도로 매니지먼트 에이젼시 업계에서는 프로다. 내가 매니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전문 매니저가 (나는 감당할 수 없는) 더 많은 일을 성사시킬 수 있다.
 
- 페이스와 관련된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향후 계획에 대해선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 최근에는 한 쇼프로그램 팀과 함께 오즈 페스티벌(Ozzfest: 매년 열리는 미국의 락 페스티발 중 하나)에 참가했었다. 현재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영화를 제작 중이다.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무엇이든 절대 쉽게 포기하지 말라"라는 교훈을 줄 수 있는 영상이 됐으면 한다. 내년에는 유럽과 호주를 방문할 계획이다. 인터뷰와 쇼 프로그램 출연 섭외가 들어올 것 같다.
 
▲ 주드씨의 세 자녀와 페이스 모습
 
주드씨는 페이스를 입양하여 키워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수필집을 지난해와 올해 각각 한권씩 펴냈다. 'With a Little Faith', 'Faith Alone:Stories of an amazing dog'라는 제목으로 영어권 국가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도 출판된 바 있으며 현재 아마존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그녀는 이메일 인터뷰 말미에 "한국에서도 페이스가 소개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도깨비뉴스 인턴기자 이은빈 dkbnews@dk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