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Madein 2007. 8. 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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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밖에 안 크지만 애견산업의 미래”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지산동 한 동물병원. 입구에 ‘하프 독(Half Dog) 분양’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40여평 남짓한 병원에 들어서자 애완견 20여마리가 귀가 멍멍할 정도로 짖어댔다. 한 칸에 가로·세로 70㎝정도 밖에 안되는 3층짜리 견사(犬舍)에서 풀쩍풀쩍 뛰기도, 꼬리를 흔들며 반기도 했다.

“강아지 아니에요. 노란 스파니엘은 3살에 2.5㎏, 저기 요크셔테리어는 2살인데 800g, 말티즈와 시츄는 700g… 대부분 1년 이상 자란 성견(成犬)들입니다. ”

다 자란 몸무게가 1㎏미만의 미니애견(하프 독, T컵 강아지 등으로 불린다)을 길러내는 방법을 찾아낸 주인공인 이창민(42) 원장. 몸길이 15㎝가량의 애견 세 마리를 안고 나왔다. “10년 연구 끝에 나온 결과들”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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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민 원장이 부인 박수진씨와 함께 절반 크기로 자란 미니애견들을 들어보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재우 기자

이 원장이 미니애견에 빠져든 것은 1997년. 미국에서 T컵 강아지 10마리가 마리당 600만원에 수입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수의사는 물론, 애견산업 전반이 경쟁력이 없어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바로 이거다’싶더라구요” 했다.

‘내가 만들자’는 생각으로 뛰어 들었다고 한다. 수의사·한의사 등을 찾아 다니며 작게 키우는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엔 닭으로 시도했지만, 실패였다. 밤을 새기 일쑤였고, 돈도 10년 동안 10억원 정도 썼다. 살던 집도 팔았다. 연구를 위해 데려온 강아지들이 병에 옮을까봐 진료도 포기한지 오래다.


이 원장의 목표는 ‘먹이’였다. 그간의 미니애견들은 선천적으로 작게 태어나거나 일부러 먹이지 않는 방법 등이 많아 폐사율도 높았다. 때문에 건강을 해치지 않고 크기만 작게 하는 ‘처방식’ 개발에 몰입한 것이다.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고, 지리산 골짜기를 헤맨 적도 여러번이다. 그 결과 필수 영양소와 소형화에 도움을 주는 24가지 천연재료를 찾아냈고, 적절한 비율로 처방식을 만들어 냈다. 100여마리를 직접 기르며 품종에 상관없이 절반 크기로 키워내는데도 성공했다. 다만 골격과 내장이 모두 작아져 번식은 어려웠다.

2005년이었다. 나름대로 성공을 확신해 학계와 언론계 등을 찾아 다녔다. 그러나 믿지도 않았고, “너무 인위적이지 않냐”는 지적도 했다. 이 원장은 “수많은 이견(異見)과 지적이 내 연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원장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검증 받기로 했다. 생후 3∼10개월까지 처방식만 먹이고, 이후부엔 다른 애완견과 똑같이 기르면 된다는 조건으로 100여마리를 분양했다. 모두가 목표 크기에 달성했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최근 이 원장의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시도 지원의사를 밝혔다. 시 측은 “이 원장의 미니애견들의 건강상태 검진, 육종연구 지원, 처방식의 품질안정화 지원 등을 논의 중”이라며 “오는 10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애견산업엑스포에서도 부스를 만들어 이 원장의 미니애견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대단한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미니애견이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믿었고, 우리나라 애견산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 원장. “유일하게 믿어주고 따라와준 사람”이라고 소개한 부인 박수진(34)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 짓고 있었다.